함안 가야읍을 지나 함안면,여항면 방향으로
국도79호선 따라 조금만 내려 가다보면 길가에 오래된 왕버들과 느티나무들속에 앉은 무진정의 유혹을 받게된다.
정자는 얕은 산자락 끝 암반위에 오롯하게 엊혀있고 그아래로 연못이 기품있게 자리잡았다.
연못 가운데엔 섬을 만들어 작은 육각 정자 세우고
정자를 감싼 왕버들은 수백년 되었으리라...
마루에 걸터 앉으니 오래된 나무들로 저멀리가 가리고 만다.
정자 좌우론 민가들이며 건너편은 나락논들이다.
동쪽 담장을 넘어온 굽은 소나무가 무진정 뒤켠에 그림자 드리우고
한낮의 뙤약을 가려주니 한점 바람에도 시원함이 묻어 오는 듯....
정자에 내걸린 편액들이 무수하였고 그중 오랜된 편액은
주세붕 선생께서 기문을 지어셨고.... 이를 이해하기 쉽도록 한글본 편액도 걸어 놓았으니
고맙기 이를데 없다.
한낮의 열기도 식힐겸 왕버들 그늘아래로 찬찬히 걷다보니
매매들은 짧은 삶이 서러운듯 연신 소란하다.
연못을 한바퀴 돌아나니 모퉁이에 작은 비석하나가 눈에 뛴다. 뒷면엔 그냥 병인년만...
비를 세운 내막은 알길 없고 좌우의 문장들을 해독하지 못하나
얼핏보아 이동네 양반가에 일생동안 섬김을 다한
충직한 노비의 죽음을 애석하게 여기고 그 고마움에 저 비석을 세웠으리라....느껴진다.
고마움으로 비석까지 세웠으니 좋은 일임에는 분명할지나 과연 좋기만 할까?
그런데 의문이 생겨남은 어쩔수 없다. 저 비석은 과연 누구를 위한 비석이였을까?
충직했던 노비 대갑을...아니면 대갑의 자식들을...노비 주인의 가문을...
내생각의 끝은 아마도 노비 주인의 가문을 위한 비석으로만 느껴진다.
비석은 대갑이가 죽은 후 세웠을터이니 생전에 면천받지 못했음을 알수있다.
그렇다면 대갑의 주인가문은 대갑의 식속들을 면천시켜 주었을까?
노비에게 가장 큰 선물은 면천인데....
노비에게 저 비석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음이요 대대손손 노비임을 만천하에 표할 뿐이다.
영원한 노비임을...
저 충노비에 습쓸함을 묻어두고 길 떠난다.
이다음 함안 행차는
무진정에서 동북방향의 칠원땅 무기연당이 될것이다.
여기 무진정 주인장 조삼선생과 같은 시대를 사셨던 청빈한 선비이시며 대 유학자이신
주세붕 선생 문중의 집성촌인 무기리에 조선 후기의 대표적 조선연못이 아주 멋 있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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