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찾아서

설악산 회귀노선

언 직/沙竹堂 2006. 10. 18. 09:39

설악산회 귀노선

  어느 날 동료가 물어왔다. 설악산 등산 갈 수 있겠는지를

산행시간은 열서너 시간 소요되며 함께할 사람이 몇 명인지 어떻게 갈건지 등을 말하면서 은근히 내게는 무리일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시켰으나

물론 농으로 한 말씀

가고는 싶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동참 못함을 알린 며칠 후 등산 일정을 하루 앞당겨 간다기에 휴일의 일정과 겹치지 않아 동참하기로 했다.

내심 걱정되기도 했지 여태까진 한달에 한번정도 산을 찾았으되 산행시간이 다섯 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열서너 시간이나 산행해본 경험이 없기에 얼마간의 각오를 필요했다.

이를테면 아주 비싼 비용의 헬기구조요청까지 감수하겠다는 각오

금요일 오후 일과를 동료들께 부탁해 두고 작은 승합차를 빌려서 길 떠난다.

험하고 긴 등산길도 걱정이지만 좁은 차속에서 많은 이동시간을 보내야하는 것도 고민거리 폐소 공포증까진 아니지만 좁은 공간은 답답하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니까

  먼 길을 다닐 땐 지나치는 길목에서 만나는 반가움도 여행길의 즐거움의 하나이다.

그중 하나인 구마고속도로 달성터널입구에서 만나는 잘 생긴 소나무

난 그 길 지나칠 때 마다 소나무에게 안부라도 묻듯이 눈길 보낸다.

그 기품이 변함없기에 내 마음이 즐거웠다.

단양 휴게소에서 동향사람 만난 반가움에 안부 묻는 것 또한 먼 길손의 즐거움이다

시월이 상달이라 그런지 고을마다 축제가 이어지고

중앙고속도로변의 위천 둔치에서 펼쳐지는 군위 군민의 축제 한마당과

홍천강 둔치에서 만난 중소기업 물산전

몽골형 천막 하얗게 줄지어 세워 놓고 펄럭이는 깃발 아래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발길에서 가을 여유로움을 곁눈질로 느낀다.

중앙고속도로를 빠져나와 44번 국도를 따라 설악동에 닿는다.

좁은 공간에서의 해방감과 황태구이로 차린 저녁상 맛있게 비우고 새벽부터의 산행 길을 위해 잠을 청했으나 올핸 늦도록 설쳐대는 모기와 긴 산행의 부담감에 사로잡혀 깊은 잠에 빠져들지 못하고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부산떨어 차비를 다 채리니

다섯 시

매표소 인근에서 조반은 간단요기로 해결하고 당초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산행이 시작된다.

난 생 처음 손전등 밝혀 오르는 길

여기저기서 모여든 산행인들의 소란스러움과 손전등 작은 불빛들의 일렁거림과 불빛 되받아 보내는 등짐과 등산화 뒤축의 형광 빛이 마치 도깨비비불 같았다.

벌써 잎 져버린 나뭇가지 사이로 맑은 하늘가에 내걸린 조각달이 멋스러워 보인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내고 신흥사 석등 불빛을 스쳐지나 계곡 따라 비선대 까지 어둠속으로 한 시간 가량을 걸었다.

비선대 통제소에 닿아 급경사 길을 오른다. 금강굴 아래로 비켜나 등선에 오르니 산하가 연무 속에서 드러난다. 햇살 퍼지는 저 아래 속초 앞 바다와 울산바위와 인사를 나눈다.

나무들 사이로 저 멀리 중청과 대청봉이 아스라이 나타났다.

우람스런 세존봉을 위로 바라보니 그저 숙연해졌다.

금강굴 지나서부터 일행은 앞과 뒤가 구분되었다. 세 사람은 조금 빠르게 나를 포함한 넷은 조금 느린 걸음으로 올랐다.

그렇다하여 고통 받을 만큼의 부담은 느끼지 못했다.

마등령이 가까워져 오니 내려닿는 산행인도 드문드문 만나 인사 나누고

심한 가을 가뭄 탓에 고운 설악의 단풍을 느끼지 못함에 못내 안타까워했다.

비선대 갈림길에서 세 시간 넘게 걸어 마등령에 도착한다.

 

 오세암에서 오른 산행인 대청봉쪽에서 내려온 산행인들과 겹쳐진 고개 마루엔 혼잡스러웠다 마치 복잡한 도심지 거리와 같이 

간간히 불어오는 골바람은 날려 보낼 듯하기에 올곧은 나무의 가지가 한곳으로만 뻗은 연유를 익힌다.

마등령에서 시작되는 공룡능선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이 가까이서 보인다. 중청봉과 나란히 자웅을 겨루듯 우뚝서있다. 대청봉을 기점으로 하여 공룡능선을 가로막듯 동해 쪽으로 뻗은 화채능선과 소청봉아래 봉정암에서 시작하여 공룡능선과 나란히 선 우측의 용아장성능선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에서 설악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탐닉하는 난 황홀경에 빠짐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음이다.

능선 따라 수도 없이 많은 바위 봉우리들을 앞으로 또 뒤로 돌아났다.

좁디좁은 산길 오르고 내리는 산행인들이 하도 많아 정체구간이 구비마다 생겨났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스무 명 서른 명씩 나누어 질서 지켜가며 오르고 내렸다.

 

발치아래 저기 속초가 한눈에 바라보이며 울산바위를 비롯한 수 없이 많은 바위산들이 햇살에 눈부시어 마치 동해 바다물에 금방 씻어 건져낸 듯이 선명하고도 깨끗해 보였다.

산행 일곱 시간이 되었을까? 공룡능선 중간쯤에서 우려했던 신체적 장애가 왔다.

근육의 경련 왼 무릎 윗부분의 근육이 파르르 떨 듯 경련을 잠시 일으켰다.

내심 당혹스러웠다 아직 절반 밖에 못 왔는데 갈 길이 태산 같은데

이리저리 요령해보니 경련이 진행되지 않아 안도하였으나 불안스러워졌다

오르고 또 내림이 수도 없이 반복되는 험한 산길인데

일행의 말미에서 뒤 따랐다.


높은 곳은 어느새 져버렸는지 나무들은 빈가지로 사람들을 맞이했다.

사람들을 환영했을까? 생각으로 싫어할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오르니 산인들 몸살치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독하긴 독한가 보다 이리도 험준한 곳에 까지 길 내어 오르고 또 오르니

비탈진 바위 턱에 둘러앉아 간단히 점심 들고 갈 길 험하고도 멀기에 이내 일어선다.

공룡능선을 다섯 시간 넘게 암봉들을 돌아나고 또 넘어 희운각 대피소 아래 무너미 고개에서 천불동으로 접어든다. 줄곧 내리막길 쇠사다리 계단 길을 수없이 만단다.

아래로 내릴수록 천불동의 화려함이 돋보이기 시작한다. 비록 단풍이 좋잖고 끝물일지라도.........

기암괴석과 고사목과 짙푸른 소나무들은 서로 어우러져

눈길마다 골짝마다 능선마다 봉우리마다 그림처럼 펼쳐졌다..

단풍 빛깔엔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여태의 산행 길은 다섯 시간을 넘지 않았거니와 무릎보호대를 이용하고 걸어도 하산 길에선 어김없이 무릎통증을 느꼈는데 설악산에선 아홉 시간이 다되도록 통증이 없으니 알다 가도 모를 일이로다. 주인장이 너무 긴장하니까 뇌가 알아서 어떤 조치를 취한건지

하여간 인체는 오묘하여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것

허나 이 얼마나 다행인가 낙오되어 구조요청 사태를 면할 수 있으니

천불동을 읽어 내린다.

계곡 상부지만 흐르는 물이 없다니 이 깊은 계곡에.....가뭄이 심하긴 심한가 싶다.

계곡 물 만나 피로한 발 담그고 싶은데

얼마간을 내려오니 계곡물을 만나고 시리도록 발을 담구니 한시름 놓였다.

이제 거진 다 내려왔다 싶으니 긴장감도 풀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겨났다.

몇몇의 폭포가 그 빛을 잃어버렸다. 가뭄으로 말미암아

깊고 급한 계곡 비 그치면 물 길 끊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던가?

설악산 비경 이곳 천불동이 으뜸일거라 느낀다.

소와 담은 또 다른 폭포로 이어지고 그 이름도 음폭이니 양폭이니

천당과 오련 등으로 갖가지다.

양폭 산장아래서 신체적 갈등을 해결한다. 화학가스 훈련장 보다 더한 역겨움을 감내하면서

귀면암에 당도하니 산골은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모두들 갈길 재촉하기 바쁜 가운데 간간히 오르는 산행인도 만난기도 하고

지쳐 풀썩 주저 않은 사람들도 생겨나고 어디 조난자라도 생겼는지

헬기의 굉음도 들여온다.

절경의 하나인 귀면암과 새벽녘에 만난 비선대는 결국 어슴푸레 만나야했다.


 

 

 

비선대 아래서부터 줄곧 혼자 걸었다. 어줍잖은 생각들을 정리하느라고

열 세 시간동안 험준한 산길을 걸었음에도 무릎통증이 찾아오지 않은 원인도 규명하면서

산길에서 무얼 얻었는지도 물어보고

처음 시도한 긴 시간 산행길을 이겨낸 자신에게 고마움도 전해보고

이런 회귀노선이 아닌  마등령에서 오세암과 소청봉, 봉정암, 대청봉을 거쳐 오색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연상 해보기도 했다.

할 수 없는 물음도 있다. 세존봉, 귀면암은 왜 금강산 것과 같은 이름일까?

탈 없이 산행을 마친 원인을 규명한 결과는 그랬다.

얼마 전부터 한 주일에 한번씩 걸어서 퇴근하고 그 다음 날 자전거타고 출근한 것이 무릎을 튼튼케 한 원인으로 스스로 규명하였다.

얻은 성취감으로 우쭐하기에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계속하여 무릎을 더 강건히 만들어

늦기 전에 지리산을 종주하리라 다짐한다.

 

 

  신흥사에 이르니 오를 적에 보지 못했던 절 마당에 우뚝하신 부처님께서 전등 불빛 받아 앉아계셨다. 새벽엔 왜 못 보았을까? 아무래도 불심이 약한 듯....

다시 내려가야 할 먼 길을 위해 양양 물치항에서 생선회로 만찬 나누고 길 잡았다.

다 같이 힘든 산행길이였음에도 운전을 즐겁게 해 주신 동료가 있어 안식처로

편안하게 당도하니 날이 바뀌어 두어 시각이나 지나있었다.


200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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