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찾아서

입춘산행

언 직/沙竹堂 2007. 2. 5. 14:58


입춘산행


웅산이라 하며

산꼭대기엔 떡시루 같이 한 덩이 바위가 우뚝 솟아있는 산

하여 이곳 사람들은 웅산 보담은 시루봉이라는 이름에  익숙하다.

진해사람들은 뒷산 오르듯 오르고

창원 사람들은 앞산 찾듯 찾는 산

해병혼이 서려있는 그런 산



산길 초입엔 차밭이 제법 넓게 펴져있다.

비탈길은 오랜 가뭄으로 발자국 마다 흙먼지 일고

무리들의 담소와 웃음이 또 다른 무리들을 즐겁게 만들고


입춘이라 날씨는 포근하고 맑아있어

벗들과 산 오르는 것만으로도 대길이다.

해무 때문에 시가지는 흐릿하여 아름하고

배들과 섬들은 햇살에 부시어 아물거린다.


비탈길을 벗으나 능선 길에 서니

나무계단이 마치 천국의 계단같이 하늘에 이어지는 듯 보인다.

쉼 없이  돌아 오르니

시루봉은 불숙 나타난다.


계단 그 아래 발치

동남으로 바라보면 능선은 천자봉으로 이어지고

그 끝자락은 진해만으로 꼬리 감추듯 사라진다.

시루봉 서편으로 능선을 굽어 돌면 장복산에 닿고  길목 어느쯤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돌면 불모산과 이어진다.


진해와 창원을 굽어보며 능선을 걷는다.

진해의 산자락은 조림된 편백이 숲을 이룬다.

편백은 검푸른 청동갑옷의 병사처럼 도열해있다.

빼꼭한 편백 숲 그 속에는 무슨 삶들이 있을까?

햇살 받지 못해 열매 없는 잡풀들만 무성한데........

가지치기를 제때 못한 탓인지 곁가지가 많아 보여 안타까웠다.

심기보다 가꾸고 키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배운다.



벚꽃이 진해의 상징임은 익히 아는 사실이기는 하나

이 산 능선까지 벚나무를 심어놓았기에

능선 양켠으로 두서너 줄 촘촘히......

조금은 의아스러워 졌다.

바람세찰 산 능선 벚나무가 제대로 자라기엔 어려울 것 같은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뿌리 뽑히고 가지분질어진 벚나무들이

아우성치듯 쓰러지고 부러져있다.

시가지 도로변의 벚나무만으로도 가득한데 여기에까지....




진해를 군항으로 만든 일인들의 흔적은

산길에도 군데군데 남아있다

그것들이 혼령이라도 있다면 옛 영화를 꿈꿀까?

철탑에 자리 내어준 옛 나무 전신주는 아직도 그루터기처럼 남아

세월을 느끼게 한다.




산길이 끝날 쯤 불모산 자락에 안긴 가람

저 멀리 곰절(성주사)이 다소곳하며 아늑해 보인다.


진해와 창원을 구분 짖는

안민고갯길에서 산행 끝내니

고개 마루는 밀려드는 차량과 사람들이 뒤섞여

북새통이고 난장판 같고 아수라장처럼 보여도


따뜻하게 시작하는 봄날 사람들의 소리이기에 즐겁고 정겨웠다.

천천히 걸은 산길 족히 서너 시각을 보냈다.



200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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