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일기

따발총 재털이

언 직/沙竹堂 2005. 9. 28. 20:03


 

 

탕 탕 탕

이 소린 사랑채 증조모님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노 할머님께서 장죽으로 재떨이를 내리치시는 소리

사랑채엔 방이 두 개로 바깥으로 향한 방은 할아버님께서

안채로 향한 방엔 증조모님께서 기거 하셨다.

우린 아침마다 노 할머님의 재떨이 치시는 소리에 잠을 깬다.

이른바 따발총 재떨이 소리에....


 

기억해 내자면

직경은 17 내지 18센티 정도에 높이는 2센티 가량

그것이 북한군이 사용하는 따발총 부품 이였는지는 불분명하다

내가 따발총을 본적이 없으니

누군가로부터 들었을 뿐이지 따발총 부품이란 것을...


 

재떨이 내리치시는 소리의 경중과 대소에 따라

노 할머님의 심기를 알 수 있었어

연거푸 내리치시면 불편한 심기의 표출 이였지

며느리인 내 할머님에 대한 꾸중으로...

부드럽게 치실 땐

조석을 잘 잡숫고 연초를 즐기셨다는 의미였어


 

난 어릴 적부터 노 할머님의 장죽을 손질 해 드렸어

볏짚 속대나 마른 억새 잎으로 장죽 속에 낀 담배 진을 닦아내고

담배통 겹겹이 쌓인 새까만 숯 덩이를 송곳 이나 칼로 후벼내지

손질을 하고 나면 연초도 많이 담을 수 있고

노 할머님께서 장죽 빨아드릴 때 한결 수월하였지 장죽을 손보아 드리면

노 할머님께선 " 아이구 내 새끼, 아이구 내새끼" 하시면서 내 등 짝을 두들겨 주셨어


 

장죽은 또 있었지

윗채의 할머님의 장죽

할머님의 장죽도 내가 손질하였어

장죽에도 위계가 있더구나

노 할머님의 장죽은 두자 길이정도

할머님의 장죽은 한자 반 정도로...

할머님의 장죽은 짧으니 손질하기엔 수월하였어


 

누워 생각하니

내가 사는 이곳엔 북한군의 발길이 닿지 않았는데

그 따발총 부품이 어떻게 우리 집까지.......

노 할머님 방 천정에 매달려 있었던 마른 억새풀 묶음(장죽 청소용) 

장죽 그리고 그 재떨이를 떠올리니

 

탕 탕 탕

노 할머님께서 장죽으로 재떨이 치시는 소리

들릴 듯 들려오는 듯 하고

그 생각만으로도 정겨워 금연이 즐거워져 간다 .


 

2001. 4. 10 금연 열여섯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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