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으로

마당 윷놀이

언 직/沙竹堂 2017. 2. 15. 10:14


윷놀이가 오래된 우리네 고유한
놀이 문화라지만 마당 윷놀이판을
만나기가 참 어려워

한판 벌려보려 작심하고
沙竹堂 좁디좁은 마당에다
없는 덕석을 대신하여
부직포를 깔아두고

옛 벗들을 청하여
윷놀이로 한나절 왁짜지껄 놀았다.
장작불을 피우고 싶었으나
산불로 번질까봐 피우지 못했지만
막걸리 몇통과 뜨거운 어묵탕으로 속을 데우니

윷판은 금세 열기를 띄었다.
얼마간의 판돈이 걸린지라
낙이니 어쩌니 땡꼬가 난무하고
말을 놓으면서 상대 말을 잡자느니
동개어 왕창 가자느니
같은 편끼리의 실랑이도 벌리며
웃음소리 끊이질 않았다.

짧은 해가 뉘엿할 쯤
거둔 판돈에다 얼마간을 더 보태어
거하게(?) 차린 저녁상으로
우정들을 더 곰삭혀 서로 각인한 후
뒷자리 거두고 사죽당을 내려서니

정월 열여세 달님은
몹쓸 AI 와 구제역 난리 때문에
달집을 많이 태워올리지 못했기에
서운하셨을 법... 한데도
별 말씀없이 와랑창하시며
내 등짝과 내려서는
발아래를 비춰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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