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한 마리
물고기 한 마리
초등학생들의 생물시간 관찰하는 것 같이
눈 가까이 붙이고 들여다본다.
머그잔 두어 개 크기의 유리 같은 둥근 프라스틱 어항 속엔
짙은 감청색의 작은 열대어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원 고향이 태국쯤이란다.
몇 개월 전 작은 아이가 백화점에서 사온건지
기념품으로 얻어왔는지는 잊었지만 식구들과 같이 산다.
물 온도는 몇 도가 적당하고 몇 일만에 물 갈아주어야하며
먹이는 또 아주 소량으로 얼마 만에 주어야 하는지를 주절댔다.
이놈 물고기는 혼자서 키워야지 두 마리이상이면
서로 싸워 살어(殺漁)사건 생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스스로 키울 요량이 아니라 마치 그렇게 키워야 된다는 듯이....
아내에게 일거리 하나 더 보태는 꼴이다.
작은 아이 방 창가 컴 곁의 스피커 위에 놓여있다.
좁은 공간에 언제나 유영을 한다.
스피커 소리에 자극도 받아가면서
이 작은 공간에서 과연 얼마나 살까?
정말 이놈은 혼자서만 살아야 하는가?
천지간에 만물은 음과 양으로 양분되어 있음이 이치일진데
무슨 낙으로 살며 종족 번식은 어떻게?
다른 물고기를 넣으면 정말 살어 사건을 일으킬까?
공간이 너무 좁고 삭막해 작은 물풀을 띄워주었다.
마당 물 항아리 속 빨간 금붕어와 합방시켜 관찰 해볼까도 싶으나
생각을 접었다. 인간의 작은 호기심을 위해 다투게 하는 것이
그리 유쾌한 놀음은 아닐 성 싶어서
그렇다고 불심 깊어 살생을 피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살생은 시도 때도 없이 하는지라.........
얼마나 살까? 의문스러웠으나
간편한 보살핌에도 삼 개월 넘게 여태 살아있으니
적응력은 확인되었고
궁금증을 알아보려고 이 저곳 뒤져보니
산소가 적어도 잘 살아가며 전투성, 투쟁성이 좋다는 평 이였다.
녀석의 이름은 『베타』라 부르며 원산지역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수컷 두 마리를 어항에 넣어 투어(鬪魚)를 즐겼다한다.
이 녀석의 음양을 구별치 못하니
마냥 이곳에서 이대로 살게 할 순 없는 법 음양의 이치가 엄연한데
장가든 시집이든 치러야 할 텐데...........
혼사를 시키려면 언제쯤이 좋을지
어디 중신애비라도 있을라나?
며칠 전 지느러미에서 희뿌연 실올 같은 게 보이기에
발정의 예고인지 아님 허물을 벗거나 무슨 피부병이라도......
하여간 무슨 탈나기 전에
길일을 택하여 집 나서야 될 것 같다.
200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