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직/沙竹堂 2004. 3. 22. 17:15
 

할미꽃


두해전이였다

날씨 좋은 한식날 고조부님 묘소 다녀오던 길 산자락에서 드릅 새순 따다가

할미꽃 무리를 만났다

예전엔 흔히 보았건만 도시인으로 바뀐 후론 쉽게 만날 수 없었던 터라

참으로 반가웠고

이제는 다 고인이 되신 조모님과 증조모님의 생각이 더해지기에

한 뿌리를 캐내었다 집에서 키워볼 요량으로

할미꽃은 그 뿌리는 곧장 아래로만 깊이 뻗어있어

낫으로 힘들게 파야했다 조심조심하면서


현관 오르는 계단 좌측에다 심었다 더덕과 친구하도록

한해가 지난 작년 봄엔 새싹이 솟아나기에 죽진 않았구나 싶어 안도하면서

지켜보았으나 꽃대가 약하게 자라더니 어느새 힘없이 말라버렸다

다행이도 잎새는 무성했었지

또 한해를 보낸 올해는 어찌되었을까

새싹과 꽃대가 싱싱하게 자라났고 꽃대는 여섯 개나 되었다

언제쯤 만개할까

아침저녁으로 살펴보았지

내일이면 필까 또 내일이면...

그러다 어제 피었지 여섯 송이 모두 활짝 고개는 숙였지만

자줏빛 할미꽃이 우리 마당가에 피어났지

아  어찌나 좋던지

쭈그리고 앉아 한참동안 눈 맞추고 있었지

종아리가 뻐근할 때까지


엉거주춤 일어서려니

담장아래 선홍빛 처녀 꽃들이 부끄러운 듯 웃는듯했다

좁은 마당가에는 일년 내내 작은 꽃들이 피어 산다

우리와 친구하면서


2004.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