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4+1(모든 길은 로마로)
모든 길은 로마로
아침 해가 더디 떠오르는 것 같았다.
창문열고 동쪽을 찾는다 멀리 제법 높은 산턱이
가로 놓여있어
아펜니노 일거라 짐작하고 책자 펼쳐놓고 확인 한다
저 넘어 동으로 가면 아드리아를 만날 것이며
건너면 발칸반도
우리네 시골 풍경같이 어느집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올라 낮게 깔리고
새벽 알리는 닭 울음은 개 짖는 소리에 부시시 눈뜬 난
머리 맑아옴을 느꼈다
오랜만에 듣는 기분좋은 소리였다 언제 들었던가 저 소리들을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내 언제 촌놈티 벗었다고 벌써......
뇌리속에 이딸리아를 각인 시켜준 사람
죠반니노 과레스키를 기억하면서
그가 쓴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의 무대가
이런 마을일 것이라 느끼며
주인공인 두 친구와 아기예수를 잠시 그려보았다
신부인 돈 까밀로와 공산주의자인 읍장 빼뽀네는 마을일과
세상사를 두고 매일 티격태격하는 모습들.....
몽둥이들고 설쳐된 읍장과 잔당들 권총을 신부복 안으로
겨누었던 신부님
언제나 아기예수는 둘을 사랑해 주었다 둘은
남 모르게 서로를 도와주기도 했었지
로마로 진군한다. 아피아 가도를 따라
이딸리아의 결정체 로마를 전하려는 길잡이의
얘기는 물 흐르듯 이어졌고
창 밖으로 향한 눈길은 바삐 돌아가면서 내 생각의
폭은 조금식 넓어져 간다.
영화 로마의 휴일 필름을 재빨리 돌려가면서
길 옆 어느 성당 벽면에 박아놓은 해신 트리톤 얼굴의
하수구 뚜껑 그리고
로마인의 상혼이 우리의 소매를 이끈다.
영화얘기가 아니였다면
쥐뿔도 볼것도 없고 아무도 찾지않을 것을
일명 진실의 입에 저마다 손을 넣어보고 표정연기까지
해본다. 후일 얘기 거리라도 만들 요량으로
한편의 영화가 이리도 영향력 높다니
어찌 헐리우드가 부럽지 않겠는가?
그 옆에 자리한 대전차 경기장은 아무 흔적이 남아있지 않아
영화 벤허를 연상하며 저 멀리를 바라 보아야했다.
그 크기를 목측하면서 수용인원 25만 명이
들어찬 경기장을 가늠해본다.
우리의 종합운동은 사만 정도인데....
한 마장 더 가니 고대 로마의 중심 이였던 포로 로마노가
우릴 맞이한다.
폭격이라도 맞은 것 같이 부서진 그대로의 포로 로마노
그렇다 부침 많은 역사를 이어오면서
어찌 여태 성한게 있었겠는가
깜삐똘리오 언덕쪽에선 한눈에 보일텐데
우린 그 반대 방향에서 들어섰다.
그나마 형체가 좋은 것이라면 쎄띠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과
카이사르가 부루투스의 손에 생을 마감하였다는원로원 건물
그리고 유대 전투에서 거둔 승리를 기념하려 세운
티투스의 아치 정도
이 개선문이 현존하는 로마의 개선문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흐무러진 벽돌과 뒹구는 대리석 더미 사이를 누벼봐도
식견없는 나로서는 분간치 못함이 더 많았다.
고대에 사용한 몰타르의 제조 방법과 붉은 벽돌 외벽을
두텁게(2~3㎝)발라 마감 처리한 것이
조금은 달라 보여 길잡이에게 묻는다.
얼른 보아서는 무근 콘크리트로 만든 건축재료와 석회암으로 다듬은 석재를 쉬 분간할 수 없었다.
색과 결이 비슷한지라 포로 로마노를 살펴본 우리들에게 던지는 길잡이의 한 마디
『뽀싸진 것 많이 보셨습니까 이제 많이 보실 겁니다』
파안대소하며 길잡이를 뒤따른다.
어딜 갔었는지 여흘이나 지난 지금에선
관람을 순서를 알수 없다.
하긴 순서가 무슨 의미 있을까 싶기도 한다.
나보나 광장 이였을 것 같다.
광장 가운데의 피우미 분수는 베르니니의 작품
마주보며 서있는 싼다 그제네 교회를 지은 건축가는
보로미니 이 두 사람은 라이벌인 관계로 작품에서
서로를 폄하하는 에피소드를 후세사람들이 지어냈다
아주 그럴듯하게
골목길을 누비며 모든 신의 신전인 판테온에 도착한다
미켈란젤로가 천사의 설계라고 극찬했다는
신의 신전 판테온은 기원전의 건축물이며
고대 로마의 건축물로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유일하다니 가히 놀랄만했다.
정면의 석주는 이음 없는 하나의 돌덩이
석주의 출처는 나일강변 채석장,
건립자는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오른팔 격인 아그리파,
석주의 운반수단은 여쭈지 못했기에 큰 의문으로 남는다.
그곳엔 근세 이딸리아 반도 통일의 영웅
빅또리아 이마누엘레2세와 라파엘로 등이 안치되어있었다
또 다시 골목길을 헤집고 다닌다.
스파게티가 기다리는 레스토랑 찾아가느라고
길목의 국회의사당엔 서너군데의 출입구에
2명의 보초가 서있을뿐
다른 건물들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초병의
근무 자세를 보니 지닌 소총은
장전안된 빈총 같은 느낌이 짙었다.
한참을 돌아 작은 레스토랑 뒷켠에 앉아
조금은 뻣뻣한 스파게티를 삼지창에 둘둘 말아먹는다.
본토의 맛이라 내입엔 맛있었는데 흠이라면 소금끼가 많은편 일행들도 짜다고 하길래
내 맛보기가 이상 없음을 안다 대체로
여행 기간중 음식은 짠 편이였다.
오후엔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분수를 찾았다
분수와 광장에 가서 일행중 누군가를
영화 로마의 휴일의 조와 앤으로 분장시켜
한 장면 만들어 보면 재미있을 거라고 운을 떼어보았다
좌중의 반응을 슬거머니 살펴보고 무감각한지라
더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나이살 먹은 놈이라 그나마도 적은 체통 떨어질까 봐서
동전은 오른손에 쥐고 왼 어깨 너머로 던졌다
우리 동전 500원으로
주인공처럼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그냥 그렇게 분수 앞 계단의 무수한 군중의 틈에 끼여도 보고 헵번스타일을 만들어낸 작은 미용실은 눈길만 보내고
스페인광장 계단에 걸터앉아 건너편 고급 쇼핑가를 들락거리는 여러 피부색의 여행객을 주시한다.
계단아랜 로렌쪼 베르니니의 작품이라는 난파선의 분수에서는 아무런 감흥을 얻지 못했다
내 상식으론 휼륭한 작품이라고 인정하기 힘들었다.
분수에서 뿜는 물을 식수로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
이채로울 뿐
로마를 살찌워 주는 여행객에게 로마인의 작은 베품인가?
광장안의 수 많은 여성을 살펴보아도 헵번스타일은
찾을 수가 없었다.
분수 주변을 둥글게 앉아 군밤먹은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맛이 우리맛과 같았길래
빅또리아 에마누엘레 2세 기마상과 기념관을 큰길 건너편에서 바라다본다.
길잡이 말을 빌면 가까이 가면 사진 찍기에도 불편하고 한눈에 볼 수 없어 그런다나 어쩐다나
관광이 다 그런 거지 뭐 더 알면 뭘해 남의 나라 얘기를
얼른 찍고 꼴로세움으로 가자
영화에선
꼴로세움 가는 길 이 길에서 조는 오토바이에 앤을 태우고 가이드 행세하다 들켰지
꼴로세움 참 거대하였다 말 그대로 꼴로세움이였다.
우린 줄서 기다리며 그 안으로 갈 수 없었다.
계획에 없었기에 대충 보아도 굳이 들어가고픈
욕망은 생기지 않았다.
시간이 있다하더라도 웅장함에 감탄사를 흘리고 영화 속에 본 검투 장면을 연상할 수밖에
지난해 상영한 영화인 것 같은 막시무스의 영웅담을
그린 영화
레셀 크로우 주연의 글레이디에이터를......
아니면 커크 더글러스가 주연한 오래된 영화
스파르타쿠스이거나
꼴로세움 입구에 선 꼰스탄티누스 개선문 앞에서
폼 한번 재고
로마의 역사를 이룬 깜삐똘리오 언덕을 비롯한
일곱 개의 언덕중 한 곳으로 올라
해 질녁의 로마 시내를 한눈에 담는다.
좌에서 우로 그리고 앞에서 저 멀리까지
눈 앞의 젊은 한쌍이 벌리는 애정행위가
부러운 듯 성가신 듯 했으나
애정행위 그 너머 석양에 비친 로마는 멋져 보였다.
저기 가운데 바티칸은 로마를 떠나기 직전에 간다했지
숙소로 돌아와 한 곳으로 모여 일행은 우정을 나눈다
화이트소주와 마른 김과 김치사발을 사이에 두고
여기가 남의 나라임을 그리 의식함 없이 떠들어 가면서
이슥토록
이건 문화체험이 아닌 문화전파인가?
다른 여행객은 없기를 내심 바랬으며
나포리와 폼베이와 푸른 지중해를 꿈꾸며
또 하루를 읽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