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일기

SUN과 거북선

언 직/沙竹堂 2005. 10. 10. 21:31

 


입대 후 첫 휴가를 즐기고 귀대를 하루 앞둔 날

어머님께선 떡을 얼마나 하면 될지를 물으셨다 .

『떡은 무슨 떡을... ?』

『이이구 야야 우째 빈손으로 갈끼고』

『요새 떡 안 해가요 그냥 내가 알아서 할께요 』

난 손에 뭘 들고 다니는 건 좋아 않거든

얼마간의 돈을 요구했지 얼마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가기 싫은 곳이지만 되돌아갈 수 밖에

그래서 탈영병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었어


부대 가까운 상점에 들여 SUN 과 거북선을 샀지

SUN과 거북선은 담배이름이야 그 때의 고급담배

육십 갑 정도를 산 것 같아 귀대 선물쪼로

얼마나 좋아 가볍고 간편하고

위병소와 대대본부에 귀대신고 후

주의를 살피니 나를 바라보는 눈들이 이상함을 느꼈어


휴가 기간 중 전출명령 맥이 탁 풀렸지

내무반에 돌아와 짐을 꾸리면서 사들고 온 담배가 거슬리더구나

이곳 부대원에게 나누어주어야 하나

아님 새 부대에 가서 인심이나 쓸까?

그것도 고민거리였지

결론은 새 부대에 가서 인심 쓰기로

나를 내 보낸 부대에 무슨 미련이 있다고


따올빽 하나 달랑 매고 찾아가니

흙바닥에 천막 막사가 맞이하더구나 처음 보는 얼굴들

전후 사정을 알아보기 시작했었지

내 위 고참은 누구며 아래로는 누군지를

위로는 3개월 고참 3명

아래론 1개월 반 늦은 후배 열명

그런데 동기생은 나를 포함하여 딱 두명 암담 하더구나


그 때의 내 군번(계급)으로는 식사당번 할 시점 이였어

식사당번이란

식사 때마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을 배급받아 와서는

부대원들 에게 배식하는 일 식사 후 잔밥 치우고 식기 닦는 일

참으로 하기 싫은 일이지

동기가 없는 나로서는 내 위치 확보를 위해 스스로 나서야 했다.

열명의 후배를 휘어잡아야만 내가 온전할 수 있기에


위로 세분의 선배에게 양해 구하고

열명의 후배를 집합시키고선 일장 연설을 했지

서로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함을 주지시키고

내가 고참임을 그리고 막 먹을 생각해선 안됨을


연설 끝내고

SUN 과 거북선을 열명에게 골고루 나누어줬어

선물에 약한 것이 사람이거늘

좋아하는 표정을 읽고는 다시 강조했지

나 혼자라 해서 범하지 말라고 그 중 한 친구의 표정이 남달랐지

그래 저 친구만 잡으면 되는구나

그 친구 따로 불러 또 다른 방법으로 다스렸고

그후론 한사람씩 개별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담배의 힘을 빌어 내 지위를 확보한 거지


그로 말미암아 식사반장이 된 거야

식사반장은 직접 식기를 세척하지 않았거든

그들을 인솔만 하면 되니까 대단한 권력(?)을 얻은 거지

겨울에 더운물 없이 식기 닦는걸 생각해봐

여름 오침 시간에 식기 닦는걸 생각해봐

새 부대의 막사가 완성되기까지

식기 닦으려고 1킬로 정도 떨어진 하천까지 가야 했으며

물론 그곳에서 물까지 길어와야 했으니...


새 부대에 오기 전 난 대대본부 병사였어

그런 대로 군 생활 편안하게 보내고 있었지

휴가 중만 아니였어도 말단 부대의 통신병신세는 면할 수 있었는데...


내 휴가기간 중 육군 보병부대의 편제가

연대 산하 3개 대대에서 4개 대대로 바뀌는 통에...

대대본부병에서 산하 중대의 통신병 초기시절 힘 좀 들었지 견디어 내느라고


얼마간의 날들이 지난 후 난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

전우애가 있는 친구로


2001 5. 21

금연 57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