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찾아서

Eu 4+1 (대영제국)

언 직/沙竹堂 2005. 9. 29. 19:33
대영제국


예측하지 못했던 기회를 얻어 여흘 간의 긴 여행길에 나선다.

열 다섯을 한 무리로 하여 이건 분명 행운 이였다.

많은 동료들은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이라는

큰 행사에 온갖 수고로움을 다 할 텐데

미안한 마음 한 점 지니고 떠난다 어느 선지자가

꾸며 논 책(유럽여행100즐기기) 몇 편 찢어들고

이른바 해외문화체험이라는 이름으로

가을햇살이 뜨거울 한 낮에 영종도 위를 나른다.

루프트한자로


비행고도가 제 자리 잡고서야 생각에 이른다.

이 길이 여행인지 관광인지를

내 멋대로 잰 여행과 관광은 조금은 달랐다.

내 멋대로의 여행은 가고픈 곳을 자유스럽고

또 여유롭게 周遊하는 것으로

관광은 이름난 곳들을 둘러보는 것쯤으로 해서

여행 보담 질 낮은 단어로 구분 지었다.


허나 정작 관광은 易經에서  觀國之光 利用賓宇王이라

하여 나라의 빛을 본다는 뜻으로

주나라 때부터 사용한 말로서 이 말엔 타국의 光華를 보기

위하여 여러 나라를 순회하는 이동의 개념과

타국의 풍속, 문물, 제도 등을 관찰하는 견문의 확대 그리고 치국대도의 설계라는 3개 요소가 내포한다 라고 되어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관광으로 한다 원래의 의미와 내 멋대로의

의미를 다 내포한 채 周遊旅行을 한 것이다.

周遊天下라도 하는 기분으로


좁은 공간 속에 갇혀 열 시간 넘게 비행해야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몇 개월 전에 사고 난 목덜미가 욱신거리니 사지를 비틀고

복도를 오락가락하다 잠을 청하기도 했으나 어림없었다.

어디쯤 왔을까? 창 밖 저 아랜 검푸른 숲 지대로 보인다.

비행 안내 모니터를 보니 잔여 비행거리가 4,700여 Km가 남아 있어 위치를 짐작 해보니 서 시베리아 평원의 옴스크 지방을 지나는 듯 했다. 평원의 숲을 가르는 오브 강 줄기가 마치 뱀이 먹이사냥 나가는 모습으로 연상되어졌고 키 낮은 우랄산맥 봉우리에는 눈 덮여있다.

 

해 따라가는 비행길도 해 저뭄을 느낀다.

곧게 펼쳐진 발트 해 해안선이 퍽 단조로워 보였으나

어느 나라 땅인지 짐작으로 알 수 없었다

지루한 비행이 끝날 쯤 중간 기착지 프랑크푸르트 공항 착륙 직전 인근 숲에서 느꼈다.

저녁놀에 비친 백 자작나무의 멋스런 자태를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가량 앞당긴 환승을 다행으로 여기며 런던으로 향한다.

도버해협 저편에 아주 길게 낀 저녁노을도 인상적 이였다.

열 두 시간이 넘는 비행을 끝내고

반쯤은 지친 표정들로 여행 첫 날밤을 맞아

행여 피로회복과 숙면에 도움 될까봐 흑맥주한잔으로

잠을 청한다.

밤 기온이 많이 떨어져 새벽녘엔 잠을 설치고 말았다.

난방이 되지 않아 담요 한 장 더 덮고도

웅크리고 잠을 자야했으니

여행객으로서의 체면은 그 첫날부터 손상되고 만다.


런던에서의 아침

바깥 공기는 우리네 늦가을 정도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길가로 나와 몇 걸음 걸었으나 평지의

도시라 멀리를 짐작할 수 없었다.

방향과 마을의 생김 등을 관광일정을 기대하며

식탁을 찾는다.

입구 측의 넓은 공간에 마련된 레스토랑이

아닌 방 한 칸을 개조하여 만든 식당

단체 관광 동양인들만을 위한 공간임이 직감되어 내심 당황 서럽고 심기가 불편해져 옴을 느꼈다 왜 이런 대접일까? 인종의 차이 아님 경제력의 차이 문화의 차이? 과연 무엇으로 구분하였을까?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랄 수 있는 베이컨(bacon)과 삶은 콩, 빵 두어개,

과일 쥬스, 커피 등으로 식탁을 맞는다 익숙치 않는 손놀림으로 짠 베이컨을 썰어야했다.

입맛에 맞지는 않지만 그런 대로 음미할만했다. 우리의 밑반찬 도움 없이 집 나올 때 스스로 약속 한 게 있었다. 명색이 문화체험인데 그 나라 음식 먹어가며 여행할거라고  밑반찬 도움 받지 않을 거라고


런던을 탐하기 시작한다.

하이드파크 에서부터 길잡이의 쉼 없는 설명을 들으면서

억세게 재수 좋은 한 남정네의 황금좌상(坐像)을 위로 본다.

좌상 단하의 네 귀퉁이엔 대영제국이 지배한 대륙을 조각하여 그 위상을 저들스스로 높여 놓은 듯 했다

우린 그들의 식민지가 아니기에 언짢은 기분은 생기지 않아 다행이랄까

대영제국의 황금기를 수놓았던 빅토리아여왕의 부군 앨버트(Albert) 公

여왕 자신보다 먼저 세상 떠났기에 公은 여왕으로부터 아니 절대 권력을 쥔 아내로부터

사후 세계에서 온갖 선물을 다 받는다 이 얼마나 幸運兒인가

황금동상과 기념비 어마어마하게 크게 지은 기념관 멀쩡한

런던 박물관을 앨버트 박물관으로의 개명 등

幸運兒 앨버트公의 福樂을 본다 같은 남정네로서의 한없는

부러움으로...

弄 삼아 내 뱉는다 장가는 잘 가고 볼 것이라고

그런데 공원엔 웬 플라타나스 그리도 많은지 우린 그 나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여긴 이파리에서 나오는 솜털을 봄철 공해로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국회의사당과 빅벤이 잘 보이는 템즈 강 어느 다리 위에서

이들을 바라다 본다. 수많은 관광의 인파를 속에서

다리 난간 한 켠 간신히 자리잡아

비스듬이 서서 사진 한 커트로 족해야 했다.

시선은 템즈 강을 사이에 두고 빅벤 대각선상에는 있는 런던 아이(eye)를 바라본다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둥근 회전 놀이기구 착상이 기발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

하루 이용객은 얼마나 되는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적자 투성이라는 밀레니엄 돔은 어디쯤 있을까?

우린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더니 이라크 침공 반대 데모대가 어찌 그리도 많은지 이게 다 그 잘난 부시 그 사람 덕인가 싶어졌다. 망할놈


버킹험 궁엔 로열 스탠더드 대신 유니온 잭이 나부꼈다 여왕은 어디로 출타하셨을까?

궁앞 광장엔 족히 수만 명쯤 됨직한 관광객이 금빛 천사조각상의 빅토리아여왕 기념비

주변으로 자리다툼이라도 하듯이 시끌벅적했고 시간 맞추어 도착한 지라 별 기다림 없이 왕실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천사조각상 좌측에서 한 대열(12명 정도)의 교대 근위병이

먼저 나오고

십여분 지나서 정면 측에서는 좀더 많은 수의 근위병이 취주악대(30여명)형식으로 등장했다

연주음악이 귀에 익었으나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여쭙지도

않았다 건방진 생각으로

馬上의 경찰관을 눈에 담고 궁을 뒤로한다.

어느 길가에 자리한 한국 대사관과 내 걸린 태극기에서

반가움을 느꼈는가 하면

대사관 앞에 심어 논 무궁화 몇 그루가 어찌 그리도 초라해 보이는지

이왕이면 조금 큰 나무를 심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무궁해야 할 진데 아마 오래 못살 것 같아 보였다.


도버 해협에서 템즈를 따라 약 60Km를 거슬러 오르면

런던에 이른다.

대양을 제패한 영국은 이 다리를 왜 만들었을까?

빅토리아 여왕 때의 건축물이니 여왕의 의중을 담았으리라

생각한다.

해양국가인 만큼 각 대륙에서 전쟁을 승리(약탈)로

이끈 자들을 축하하려는

뜻이 아니였을까 라고 짐작해 둔다. 로마인의 개선문을 흉내 내려고 로마의 전차군단 대신 함대로

한편으로는 런던을 방어하려는 수단을 가미하면서

브릿지 상단 좌우엔 유니온잭과 잉글랜드의 상징 성 조지

깃발이 나부낀다.  옛 영화를 기리는 듯이

다리 상류 좌편엔 런던시 신 청사가 다리와 건너편 런던탑과 삼각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시 청사 중 한 동(棟)은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만든다.

계란 1/3쯤을 비스듬히 잘라 세워 놓은 형상 이였으며

기하학 설계로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쓰러질 해 보였다 요술계란인가?

강변 잔디밭에서 영국 보통가정의 결혼식후 가족사진촬영

모습이 행복스레 보였다.

그들이 요구하기에 일행이 촬영해 주었지 아마

우린 일정에 쫓겨 런던탑에 소장되어있는 진귀한 보물들을

감상할 수 없었다 그곳엔 세계최대의 다이야몬드인

「 아프리카의 별」이 있다는데

성공회를 대표하는 웨스트민스트 사원 곁에 잠시 내려

증명사진 찍어두고 다음 길을 재촉한다.

이른바 대양과 대륙을 제패하여  해가 지지 않았다는

대영제국이 약탈로서 꾸민 박물관

역사의 위대한 결정체는 정작 있어야할 곳에 있지 못하고

영혼을 빼앗긴 채 이곳 석회암석으로 둘러 갇혀 숨죽이고

있다 언젠가는 제 자리 찾아가려고

약탈자 바이킹의 후손들은 일말의 양심은 있다라고 말하려는지 세계의 이목이 두려워 그러는지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트라팔카 광장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여 아쉬웠으나 여행 안내 책자로 대신하며

이동 중 넬슨과 이순신을 견준다. 프랑스를 물리친 대영제국이 자랑하는 영웅 넬슨 제독은

트라팔가에서 보통 크기의 칼을 낮게 쥐고 저 먼 곳을

주시하면서 그를 만나러 온 관광객을 맞이하는데

우리의 매가패스 제독은 두 눈 부릅뜨고 세종로에서 역시 큰칼 내 짚고  매연 마시며 오가는 차량을 밤낮으로 살피시고 계시나 누가 우리의 성웅을 만나러 가는가?

넬슨과 순신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일합을 겨룬다면

누가 이길까?

아님 복잡한 해안에서 겨루면 또 어떨까? 전적은 일승 일패쯤으로... 워낙 걸출한 무부들이라

두 제독께서는 바다에서 전사하셨다 안타깝게도


이구동성으로 서로들에게 묻는다

이 동네 계집들은 왜 이리 똥배가 많이 나왔는지

길 걸으며 담배 피는 족속들이 많아 길바닥엔 온통 꽁초 투성이 그건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낡은 도시라 그 색은 우중충하며 조금은 지저분해 보였다

그래 사람 사는 동네 다 그렇지

런던시내(?) 어디쯤 이였을까 신호 대기중인 횡단보도 앞에 정차하고있노라니 버스길이와 거의 같은 길이의 하얀 캐딜락 우리 버스 바깥차선으로 정차했다

국내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캐딜락이기에 다들 캐딜락을

주시하고 있는데 그때 훌리건으로 연상하기 좋은 덩치 좋은 큰 빡빡이 놈 한 놈이 내리더니 길옆 공사장 가림판에

두 다리 쩍 벌리고 굵은 오줌발을 내 갈겼다.

일행 모두는 감탄(?)을 했다. 저렇게 호사스런 캐딜락 탄

놈이 또 저렇게 버젓이 노상방뇨를 하면서 두리번 그리거나 주변의식함 없이 일말의 미안스런 표정조차 없이 아주 태연히 또 당당히 볼 일을 보았다. 역시 대단한 나라 대단한 도시에 대단한 놈 이였다. 이왕 갈길려면 길 안쪽으로 갈기지  대단한 놈의 대단한 물건도 감상하게

 

런던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외형으론 본 받을 것은 따로 얻지 못했다 부러움을 산 것 말고는 지나는 길에 유명 상품 판매코너를 찾는다. 이곳 기후의 영향으로 생겨나고 유명 브랜드가 된 버버리 전문 판매점을 면세점이라고 하나 수준에 엄청 비쌀 뿐더러 상품 식별능력도 없어 구경으로 족 했다.


어둠이 깔릴 즘 히드로 에서 드골 공항으로 이동하고

드골 공항의 더딘 화물 처리가 조급성 많은 우리를 시험하는가 싶어 짜증스러웠다.

무료하게 기다리는 시간 할 일 없이 집으로 전화해 자는 사람 깨워 잘 자라고 말한다.

내 방식의 애정 표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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