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일기

담배 값 주신 어머님

언 직/沙竹堂 2005. 9. 28. 22:11

 

 

담배 배우고 나서 담배 값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어

학생 신분이며 넉넉하지 못한 촌놈이라 별 뾰족한 수가 있을리 없지

그 땐 용돈이라는 개념이 없었지 다른 아이들도 그랬을 거야

삶이 다 엇비슷하였으니까

그래도 담배는 피우고 싶고...


고등학교 진학 후 얼마 되지 않은 때였으리라 기억해

학교 가려고 청 마루에 걸터앉아 운동화 끈 고쳐 매고 고갤 드니

어머님께서 날 바라보고 계시 길래

대뜸 내 뱉은 말

『 돈 좀 주소 』

『 뭐 할라꼬 ? 』

『 담배 사 피울라꼬 』

『 니 담배 풋나 ? 』

『 몇 달  되었는데..........』

어머님께서는 말씀 더 보탬 없이 지전 한장을 주셨어

아마 그때 처음 내 어머님에게 고마움을 느낀 것 같아


그날이후로 담배 값은

당연하게 받는 걸로 되어버렸고

난 담배를 휴대하며 피웠지

이를테면

흡연의 정당성을 확보한 거지 담배 값을 아들에게 주었다함은

무얼 말함이던가

즉 흡연을 승낙한다는 의미이며

나이로선 아직 미성년이지만

성년으로 대한다는 것 이였지


벌이가 없는 학생인지라

고급담배 이른바 필터 담배는 피울 수가 없었어

필터 없는 담배

아마 『 백 양 』이라는 이름의 담배를 즐겨 핀 것 같아

고급 담배는 설사 돈이 있다하더라도

그놈의 눈치 땜에 살수가 없는 거지

어쩌다 골목길에서 낱 담배 사 피울 땐

비싸지만 필터담배를 피워 물고 우쭐해 한 적도 있었지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지금 생각하니

실 웃음이 배어 나오네


오늘이 금연 스무날 째

백일계획도 벌써 그 1/5 이 훌쩍 지났네

시작이 반이라 더니

백일은 수월하게 맞이하겠다 싶어지네

너무 속단하는가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