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으로
보리 베다가...
언 직/沙竹堂
2019. 6. 9. 22:47
네댓 아름의 보리 베다가
옛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중학생 시절,
온뉴월 뙤약아래 보리베기 농촌 일손돕던 이야기다.
어느 보리 밭에서 땀깨나 흘리며 보릿대를 둘둘말아
(이삭과 뿌리 부분이 헝클러진 형태)베어 넘겼다.
한창 베는데 주인장님(아주머니) 왈.
"야 이놈들아! 보리를 와 헝크러 놨노"라며 크게 나무라기에
"아지매! 요새 기계 타작하는데 이래도 됩니더"
"우리집엔 기계도 없고, 도리깨 타작할끼다. 바로놔라"
더는 대꾸 못하고 반듯하게 베어 가지런하게 놓았던 기억.
그때 크게 깨우쳤다.
노력봉사는 주인이 원하는 대로 도와야 함을
.
.
.
이젠
보리타작 기계도, 도리깨도 없어
방망이로 뚜드려야 할 처지라
옛 생각에 이삭 가지런하도록 눕혔다.
낫질 끝내고 나니 장화속으로 들어 온
보리 까스래기는 발등 찔러대고,
오뉴월 뙤약은 성질 돋구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