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관동별곡을 따라...(3)

언 직/沙竹堂 2014. 5. 20. 07:57

 

 

관동별곡을 따라...(3)

 

당초의 여정에는 강릉은 안중에도 없었는데...

아내가 아직 다녀오지 못한 곳이 있다기에

큰 인심 쓰는 척하며 솔향 강릉으로 꺽어 들었다.

경포대 인근의  선교장과 소리박물관을 탐하고 초정두부를 맛볼 요량으로...

 

 

경포호를 내려다 보려고 경포대에 오르니 한무리 젊은이들의

밝은 웃음소리 덕택에  아직도 덜 걷혀진 해무에 대한 불만이 누그러지고...

 

 

저녁 햇빛이 비껴드는 현산의 철쭉꽃을 이어 밝아,

우개지륜을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뻗쳐 있는 얼음같이 흰 비단을 다리고 다시 다린 것 같은,

맑고 잔잔한 호숫물이 큰 소나무 숲으로 둘러싼 속에 한껏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여 물 속 모래알까지도 헤아릴 만하구나.

한 척의 배를 띄워 호수를 건너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넘은 곁에 동해가 거기로구나. 조용하구나 경포의 기상이여,

넓고 아득하구나 저 동해의 경계여, 이 곳보다 아름다운 경치를 갖춘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과연 고려 우왕 때 박신과 홍장의 사랑이 호사스런 풍류이기도 하구나.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신, 효자, 열녀를 표창하기 위하여 세운 정문이 동네마다 널렸으니,

즐비하게 늘어선 집마다 모두 벼슬을 줄 만하다는

요순 시절의 태평 성대가 이제도 있다고 하겠도다.

 

= 관동팔경 강릉편에서 =

 

 

강릉은 오랜 역사에 걸맞게 명문가를 많이 배출한

관동 제일의 고장이다. 잘 생긴 소나무들이 저마다 뽐을 내는지라

이들은 강릉을 솔향 가을이라 부른다.

풍광이 빼어나 큰도시에서 지친 삶을 이곳 강릉에서 치유하려는 삶들도 이어지고..

 

 

 

경포대가 앉은 산 자락을 돌아나면

조선 중종때 강원 관찰사 심언광이 지었다는

해운정(海雲亭)에는 명나라 사신 정사 공용경이 쓴 편액과

율곡 등 여러 명사들의 시문이 빼곡하고 담장너머엔 심씨 문중의 심상진 가옥이 나란하고

다시 그 곁엔 400년 이어내려 온다는 초당 두부집이 성업을 이루고있었다.

 

 

다시 한 모렝이 더 돌아  효령대군 11대손이 건립하였다는 선교장에 들어서면

작은 연못에 걸터 앉은 활래정(活來亭)이 압권이다.

 

 

 

선교장에선  중국 젊은 신혼부부들이 회보촬영에 지친 표정이 영력하고

어느 한 쌍의 잘못된 옷 고름을 고쳐 매어준 아내에게

그들이  건넨 인사는 謝謝아닌 thank you로...

 

 

경포호에 바짝 붙어 앉은 참 소리 박물관 문을 여니

그 유명했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촬영했다는

대형영사기가 박물관 입구에서 칠천원 짜리 관람객을 살갑게 맞이해 준다.

친절한 박물관 직원과 함께... 

   

 

 

온갖 축음기와 초기의 TV, 카메라 등등

에디슨사에서 만들었다는여러가지 전기제품들에 대한 설명을 낱낱이 다 듣고

마무리는 영상과 음향 감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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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쉬움이라면 소리 박물관에서의 음향체험에

그 많은 스피커 중 단 두개만 사용한다니 의아해지기도...

모든 박물관이 그렇듯이 이곳 또한 상품코너를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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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중천일 쯤 다시 되돌아 해운정 옆 400년 전통의 초당 두부로

솔향 강릉에서의 오찬을 즐기고

삼척 죽서루를 찾아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