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별곡을 따라...(3)
관동별곡을 따라...(3)
당초의 여정에는 강릉은 안중에도 없었는데...
아내가 아직 다녀오지 못한 곳이 있다기에
큰 인심 쓰는 척하며 솔향 강릉으로 꺽어 들었다.
경포대 인근의 선교장과 소리박물관을 탐하고 초정두부를 맛볼 요량으로...
경포호를 내려다 보려고 경포대에 오르니 한무리 젊은이들의
밝은 웃음소리 덕택에 아직도 덜 걷혀진 해무에 대한 불만이 누그러지고...
저녁 햇빛이 비껴드는 현산의 철쭉꽃을 이어 밝아,
우개지륜을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뻗쳐 있는 얼음같이 흰 비단을 다리고 다시 다린 것 같은,
맑고 잔잔한 호숫물이 큰 소나무 숲으로 둘러싼 속에 한껏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여 물 속 모래알까지도 헤아릴 만하구나.
한 척의 배를 띄워 호수를 건너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넘은 곁에 동해가 거기로구나. 조용하구나 경포의 기상이여,
넓고 아득하구나 저 동해의 경계여, 이 곳보다 아름다운 경치를 갖춘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과연 고려 우왕 때 박신과 홍장의 사랑이 호사스런 풍류이기도 하구나.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신, 효자, 열녀를 표창하기 위하여 세운 정문이 동네마다 널렸으니,
즐비하게 늘어선 집마다 모두 벼슬을 줄 만하다는
요순 시절의 태평 성대가 이제도 있다고 하겠도다.
= 관동팔경 강릉편에서 =
강릉은 오랜 역사에 걸맞게 명문가를 많이 배출한
관동 제일의 고장이다. 잘 생긴 소나무들이 저마다 뽐을 내는지라
이들은 강릉을 솔향 가을이라 부른다.
풍광이 빼어나 큰도시에서 지친 삶을 이곳 강릉에서 치유하려는 삶들도 이어지고..
경포대가 앉은 산 자락을 돌아나면
조선 중종때 강원 관찰사 심언광이 지었다는
해운정(海雲亭)에는 명나라 사신 정사 공용경이 쓴 편액과
율곡 등 여러 명사들의 시문이 빼곡하고 담장너머엔 심씨 문중의 심상진 가옥이 나란하고
다시 그 곁엔 400년 이어내려 온다는 초당 두부집이 성업을 이루고있었다.
다시 한 모렝이 더 돌아 효령대군 11대손이 건립하였다는 선교장에 들어서면
작은 연못에 걸터 앉은 활래정(活來亭)이 압권이다.
선교장에선 중국 젊은 신혼부부들이 회보촬영에 지친 표정이 영력하고
어느 한 쌍의 잘못된 옷 고름을 고쳐 매어준 아내에게
그들이 건넨 인사는 謝謝아닌 thank you로...
경포호에 바짝 붙어 앉은 참 소리 박물관 문을 여니
그 유명했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촬영했다는
대형영사기가 박물관 입구에서 칠천원 짜리 관람객을 살갑게 맞이해 준다.
친절한 박물관 직원과 함께...
|
| |
|
|
온갖 축음기와 초기의 TV, 카메라 등등
에디슨사에서 만들었다는여러가지 전기제품들에 대한 설명을 낱낱이 다 듣고
마무리는 영상과 음향 감상으로....
01 |
0
|
03 | ||
|
|
|
작은 아쉬움이라면 소리 박물관에서의 음향체험에
그 많은 스피커 중 단 두개만 사용한다니 의아해지기도...
모든 박물관이 그렇듯이 이곳 또한 상품코너를 빼놓지 않았다.
01 |
02 |
03 | ||
|
|
|
해가 중천일 쯤 다시 되돌아 해운정 옆 400년 전통의 초당 두부로
솔향 강릉에서의 오찬을 즐기고
삼척 죽서루를 찾아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