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직/沙竹堂 2010. 1. 4. 21:02

 

 

  1박 2일

 

 지난달 송년모임을 하면서 이런저런 말끝에 새해 연휴때  어디든 떠나보자 우리끼리만

 우리끼리란 당연히 남정네 끼리만을 말함이다.

 어릴적 함께 자란 열여섯 친구들이 수십년째 매 홀수 달마다 만나고있다. 결혼 후론 동부인하여

 여태 어딜가자라고 말만 해오다 행동치못하고 말았는데 지난 가을날

부인들끼리 1박2일 여정으로 어디론가를 다녀왔기에

 우리도 우리끼리만 가자라고 외치고 즉석에서 의기투합하여 실행키로한다.

                                             

                                   대흥사 경내에 .........

언제 출발하여 언제 돌아올 것인가를 궁리하니  

정초아침에 출발하여 그 이튿날 돌아오는것으로........ .

열여섯 중 둘은 한 두해전에 우리들 곁을 떠났기에 열넷 중 떠날수 있는자는  열명  

방편은 승용차로  출발전 여행일정표를 받아들고

   남도의 우편에서 또 다른 남도 좌편 끝자락 진도를 향하여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에피소드가 생겨난다

 출발을 서둘다 아내의 휴대전화를 들고나온 어느 친구와 그 아내의 실갱이가

 사뭇 재미있다. 친구는 폰이 꼭 같아 실수였다고

 그 아낸 실수로 인정치 않으려는 심산에서......  

 

 적당하게 세편으로 짝지어  휑하니 달여갔다. 

 과연 우린 뭘 할것이며 또 뭘 할수 있을까   

 밤새 술마시기,  신세타령, 장래에 일어날 우려거나 희망나열  

 세상사를 두고 결론없는 토론하며 흥분하기    

 그  정도일까?    

 

 길가다 얼마쯤의 휴게소에서 

  비우고 또 채우고 태우면서 한마디씩 한다 "가서 밤에는  뭐할끼고" 

 미리 준비하지 않은 여행은 가면서 걱정할 필요 있겠는가 

 당도하면 그곳에 맞게 행동하면 된다라고 이른다. 

 

 

 남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예약해둔 순천의 어느 밥집에서  

                                                                                           잘 차려진(?) 한정식 한상을 받았으나 웃으며 투덜그린다.

 비싼 밥값을 못한다고............ 

 

 

 완도어느 포구의 유명 영화 촬영장에선 비싼 입장료에 불만  내뱉고 

 해질녘에 울돌목 진도대교 곁의 낙조가 아름답다는 곳에 닿아  

 구름에 갇혀버린 낙조 그 덜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되돌아 어둠을 헤집고 땅끝이라는 해남의  예약해둔 잠자리 찾아서

 잠잘곳 앞집 어느 식당에서의 만찬은 연포탕으로

 연포탕의 평가는  한목소리로 참기름 맛 뿐이라고 외쳐댄다

  

  

 여장 풀고  

 한 방 가득히 둘러 앉아 술잔을 건네면서 

 저마다 잠재워 두었던 삶 한 조각들을 꺼내어 놓는다  

 놀라움과 스릴과 격분과 박장대소가 새벽녘까지 이어지고 

 발가벗은 우정은 더해져갔다.

 

 

삶의 조각중  압권은

                                                                           아이 둘 가진 가장이 가정을 버리고 근 팔년간을 밖에서 방황하다

                                                  장성한 두 아이들의 노력으로 가정과 우리들 곁으로 돌아온 친구의 간증이였다.

                                                                                                   저마다 잘못된  일들을 마치 고해성사하듯 이어지고

                                               진솔하거나 짖궂거나 낮뜨거운 농이라도 괴이치 않고 긴 밤은 유익하고 즐거웠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잠자리를 세곳으로 나누고 새벽을 짧게 재웠어도  

 둘째날 아침 약속시간 촌각도 어김없이 지켜낸다.

 숙취있는 친구들을 위해 그리 익숙치 않은 매생이 국으로 달래고 가까운 두륜산을 찾는다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두륜산정에서 남도의 올망 졸망한 섬들을 눈에 담으려 했으나

  애석하게도 무려 두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기에 산꼭대기 큰 돌덩이에 눈길 보내고 포기한다

  대흥사 찾아들어 법당에서 복짖고 건성건성 살피니

 그 절집엔 일주문 넘어 해탈문속엔 사천왕상이 없었다. 산신각은 따로 건립않고 곁방살이 하듯.....

 무슨 곡절이라도  있을까? 의문 일었으나 답 얻지 않고 절문 나선다

 

 

   나서면서 왈가부가한다 오찬이 뭐가 좋을까에 

  벌교 꼬막 정식과 보성 녹차 밭의 녹차 삼겹살과 치열한 대결 끝에 

  녹차 밭과 낙안읍성을 둘러보고 벌교 꼬막정식으로... 

 

                                          읍성에선 농촌에서 자란 우리들이기에 또 다시 옛이야기 지즐대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누구네집 닭서리, 어느 부자 친구집 나락 가마니 훔쳐 탕진한 기억

 흙담, 돌담 쌓는 요령도 이엉과 용마루 엮던 재주도 다투고

 많은 식솔들이 작은 토담집에서 불평없이 살아낸 그 슬기 는 어디서 나오는지........

 

  어렵사리 찾은 예약집 꼬막정식에 모두 혀를 찬다. 벽에 나붙은 차림표와 견주어 

  미리 예약까지 하였는데    밥은 꼬두밥에  꼬막은 어찌나 빈약한지 

  비아냥 그리며 품평하자면  

  " 밥알은 입안에서 뱅글 돌고 꼬막은 있는듯 없는듯 단백하고 쫄깃한게 일품이라고" 

  녹차 삼겹살을 주장하던 친구는 그 봐란듯이 한마디씩 내 뱉고...

 

 되돌아 오는길

 차량 그 긴 행렬 꼬리 붙잡고 사는 동리에 닿아

 신선회로 포식한 후 여행 소감과 새해 덕담 한마디씩 영상으로 남긴다

 여정 끝내고 몸 눕히니 궁금증에 사로잡힌 아내가 재촉한다.

 가서 밤새 뭘했냐, 재미있었냐를 뭘 캐묻듯...................

 

 

물으니 그 답은

여행의 백미는

발가벗은 우정이였으며

남도의 맛 기행은 아무런 감흥도 얻지못하였다고

졸음에 겨워

립서비스한다.

마누라 옆에 누운

지금이 제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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